신용회복경험담
환자를 돌보는 것처럼… 이젠 제 삶도 돌보기로 했어요
- 최고관리자 26일 전 2025.07.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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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 채무 발생 전의 일상적인 삶 (약 15%)
올해로 서른여섯, 저는 대학병원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유치원생 막내와 초등학생 큰아이를 키우며 3교대 근무를 해내는 건 쉽지 않지만, 생명과 사람을 돌보는 일이 제게는 사명처럼 느껴졌습니다.
결혼 초엔 저와 남편 둘 다 직장을 다녔고, 맞벌이로 살림을 꾸렸습니다. 넉넉하진 않아도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이었죠. 병동에서 지친 몸으로 퇴근하면 아이들이 뛰어나와 안기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습니다.
2. 전개: 채무 발생과 악화 과정 (약 25%)
그러던 중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대화는 줄고, 서로의 생활도 점점 멀어졌어요. 결국 저희는 4년 전 이혼을 결정했고, 아이들 양육은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이혼 정산 과정에서 위자료와 재산 분할로 인해 총 7,800만 원이라는 부담을 지게 됐습니다.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감당했고, 은행 두 곳에서 각각 3천만 원, 카드사에서도 생활비 충당 명목으로 현금 서비스를 받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3교대 근무하면서 야근수당까지 받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두 아이의 교육비, 전세 보증금 대출 이자, 생활비까지 겹치면서 빚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만 갔죠. 매달 이자와 원금 상환으로 160~170만 원이 빠져나가고, 제 통장에는 늘 ‘잔액 부족’ 문자가 먼저 도착했습니다.
3. 위기: 개인회생 결심까지의 상황 (약 20%)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의 학원비가 자동이체되지 않았던 날이었어요. 5살 막내가 “엄마, 왜 선생님 안 오셔?”라고 묻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날 밤,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한참을 서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해줄 반찬거리가 없다는 사실에 온몸이 굳어버리더라고요.
개인회생이란 제도는 알고 있었지만, 병원 선배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 한동안 검색만 반복했어요. ‘간호사면서 회생? 창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몇 주간은 계속 망설였죠.
그런데 친한 동료가 제 얼굴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요즘 무슨 일 있어?" 그 말 한마디에 결국 털어놓았고, 그 친구가 말해줬어요. “너무 늦기 전에 제도적인 도움을 받는 게 맞는 선택일 수도 있어.”
그 말에 용기를 내어 상담을 받으러 갔고, 생전 처음 남에게 제 재정 상황을 전부 털어놓는 그 순간, 솔직히 수치심과 후회가 밀려왔어요. 하지만 상담이 끝날 즈음엔 “그래도 내가 뭔가를 시작했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4. 해결: 개인회생 진행 과정 (약 25%)
상담부터 법원 인가까지는 약 5개월이 걸렸습니다. 급여 명세와 지출 내역, 채무 발생 경위 등 꼼꼼한 서류 준비가 필요했지만, 규칙적인 수입이 있는 간호사라는 점이 인가 결정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어요.
최종 변제계획은 월 39만 원씩 36개월, 즉 3년간 총 1,404만 원을 상환하고, 나머지 채무는 탕감받는 조건이었습니다. 병원 근무 일정 때문에 법원 출석도 어렵게 시간을 내어야 했지만, 다녀오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한 발 내디뎠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감정적인 부분이었어요. 밤근무 후 밀린 납부일을 기억해내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아이에게 “이건 다음 달에 사줄게”라고 말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스스로를 탓하기보다는, 내가 이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시켜줬습니다.
5. 결말: 현재의 변화와 희망 (약 15%)
이제 개인회생 1년 차입니다. 매달 성실히 변제하고 있고, 소비 습관도 완전히 달라졌어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도 생겼습니다. 아이들과의 시간도 소중해졌고, ‘미안함’보다는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감정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제 작은 목표는, 변제가 끝난 뒤 신용을 회복하고 작은 전셋집이라도 제 이름으로 계약하는 것. 그리고 나중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도 해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경험이 누군가에겐 늦지 않은 선택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개인회생은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다시 살기로 결심한 사람의 용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