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경험담
브랜드보다 중요한 건 내 이름이었습니다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4.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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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 꿈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스타트업의 시작
저는 올해 30살, IT 기반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입니다. 대학교 졸업 후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으로, 친구 한 명과 함께 작은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있었고, 열정도 넘쳤습니다. 첫 1년은 정부지원사업과 프리랜서 개발 일감으로 겨우 연명했지만, 성과 하나하나가 그저 기뻤고 자랑스러웠죠.
처음 사업 자금을 조금 벌고 나서부터 ‘대표’라는 타이틀이 점점 제 머릿속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자격처럼 느껴졌달까요. ‘대표인데 대중교통 타고 다니면 좀 없어 보이겠지?’ ‘클라이언트 미팅에는 고급 차로 가야지’라는 생각에 빠져, 무리해서 외제차 리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리스료만 월 98만 원이었고, 유지비까지 합치면 월 130만 원은 꼬박 나갔죠.
2. 전개: 무리한 선택의 대가
문제는 매출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외부 투자 없이 자력으로 회사를 유지하던 상황에서, 조금만 프로젝트가 밀려도 월 고정비용은 그대로 나가더군요. 리스비 연체는 한두 번이 아니었고, 카드로 메꿨다가 그 카드값을 또 다른 카드로 돌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카드사 두 곳의 한도는 점점 줄었고, 결국 연체 기록이 신용정보에 등록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리스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차량을 회수하겠다는 말에 식은땀이 났어요. 당장 회수는 막았지만, 이미 연체료는 쌓이고 있었고, 총 채무는 어느새 5,500만 원까지 늘어나 있었습니다.
사실 누구에게도 말 못 했습니다. 겉으론 ‘성장 중인 스타트업 대표’였으니까요. 제 안에서는 하루하루가 불안과 자책의 연속이었지만, 표정 하나 안 바꾸고 클라이언트 앞에 앉아야 했습니다.
3. 위기: 현실을 마주한 날
결정적인 계기는 거래처 대금이 2개월 이상 미뤄진 날이었습니다. 통장 잔액은 4만 원, 카드 결제일은 다음 주였고, 차량은 이미 압류 예고 상태였죠. 그날 저녁, 사무실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는데, 그제서야 정신이 들더군요. '내 이름으로 시작한 이 회사, 이렇게 무너지는 걸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진짜 모든 걸 잃겠다는 절박함이 컸거든요. 다음 날, 처음으로 ‘개인회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두렵기도 했어요. ‘나는 아직 젊은데... 회사 대표인데 이런 걸 신청해도 되나?’라는 고민도 있었죠.
상담받는 자리에서 제 채무 내역과 소득,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놀랍게도 ‘사업자도 개인회생이 가능하다’는 말에,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4. 해결: 절차와 기다림, 그리고 다시 짜인 계획
상담부터 인가까지는 약 5개월이 걸렸습니다. 서류 준비부터 채권자 목록, 리스 계약서 사본까지 준비할 게 꽤 많았지만, 꾸준히 챙겼습니다. 법원에서 인정받은 변제계획은 월 22만 원씩 36개월간 변제하는 조건이었습니다. 다행히 스타트업에서 고정 수입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가능했죠.
법원 출석 날, 솔직히 창피하고 위축된 마음이 컸지만, 그 자리에 있는 분들 대부분이 저처럼 무리한 선택과 사정으로 힘들어진 사람들이란 걸 보고 위로가 됐습니다.
개인회생 인가가 떨어진 후, 차량은 반납했고, 현재는 중고차를 타고 다니며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외제차는 아니지만, 마음은 더 가볍습니다. 대표라는 자리에 걸맞은 ‘겉모습’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5. 결말: 내 이름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중
지금은 변제 시작한 지 1년이 넘었고, 회사도 소규모지만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허세를 부릴 필요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쓸 이유도 없어요. 대신, 제 이름으로 책임질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돈보다 무서운 건, 감당할 수 없는 욕심이라는 걸요. ‘대표답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결국 저를 무너뜨릴 뻔했지만, 이제는 정말 대표답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분 중, 같은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허세는 청산하고, 기회는 붙잡으세요. 개인회생은 끝이 아니라 다시 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는 그 기회를 붙잡았고, 지금 다시 일어서는 중입니다.